“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김종현이 2017 년 12 월 자살하기 전 친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그는 10 년 가까이 종현이라는 이름으로 ‘K -POP의  왕자들’로 불린 SHINee의 리드 보컬로 활동했다. 솔로 아티스트와 작곡 활동 또한 성공적이었고 동료들 사이에서는 업계 최고의 보컬 중 한명으로 인정 받았다.

‘K-POP 왕자’라는 타이틀과 별개로 종현은 트위터를 통해 국내외 팬과 직접적으로 소통했다. 사망 당시 그의 계정 @realjonghyun90은 14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의 트위터 계정 설명에는 단지 ‘청년’이라고 써있었다.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내는 농담, 셀카 그리고 음식 사진들이 그의 타임 라인을 도배했다. 물론 팬들이 트위터에서 종현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해준 것은 따로 있었다. 그는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고 세월호 사건으로 잃은 팬을 추모했으며 아동 학대 방지 캠페인에 참여했다. 또 한번은 트랜스 젠더 팬에게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다.

종현은 사망 당시 인생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첫 솔로 EP가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에서 1 위를 차지했고 두 번째 솔로 앨범도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유서에 따르면 그는 오랫동안 우울증과 유명세에 딸려오는 여러 문제로 고통 받고 있었다. 안그래도 높은 청년 자살률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종현의 죽음은 정신질환과 우울증을 둘러싼 사회적 낙인에 경종을 울렸다. K-POP 업계의 아이돌 양성과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2019년 말에 설리와 구하라까지 6주 간격으로 자살하자 많은 사람들이 K-POP 여성 종사자들이 흔히 시달리는 사이버 괴롭힘을 지적했다.

종현의 죽음으로 전세계적인 애도물결이 일었다. 서울에서 산티아고까지 팬들의 추모행사가 열렸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그의 트위터 계정 @ realjonghyun90을 중심으로 수천 명의 팬들이 충격과 슬픔을 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종현의 마지막 메시지가 유서로 공개되자 팬들은 #YouDidWellJonghyun 이라는 해시태그로 그를 추모했다.

그가 사망 한 지 2 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종현에 대해 정기적으로 포스팅하는 팬 계정이 수백 개에 달한다.  일부 팬들은 그가 아직 살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생생한 영상들을 올린다(“Jonghyun loves you!”). 3만 5천명의 팔로워를 자랑하는 인기 팬 계정 Jonghyun On This Day (@jjongonthisday)는 지난 몇 년 동안 스타의 사망전 데일리 일정과 게시물을 꼼꼼하게 재현한다. 이 계정을 시작한 모로코 출신의 팬 머림은“종현이 팬덤에 지속적으로 출연하고, 새로운 팬이 옛날 콘텐츠를 발견하도록 도와주고, 팬들이 종현과 함께했던 모든 기억을 보존하고 싶다”고 한다. 그의 사망 2주기인 지난 12 월에는 종현의 이름이 팬들에 의해 트위터 트렌딩 해쉬태그로 다시 떠올랐다. 


2019 년 11 월 트위터는 6 개월 이상 로그인하지 않은 사용자가 12 월 11 일까지 재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계정을 삭제한다고 통보했다. 죽은 사용자의 계정을 기념용도로 유지할 계획이 없다는 소식에 종현의 팬들은 혼란에 빠졌다.

제이슨 스콧은 플랫폼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삭제할때 해결사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스콧은 인터넷 아카이브 (Internet Archive)라는 사라진 인터넷 사이트와 기타 디지털 문화 유산의 온라인 라이브러리의 기록 보관인이다. 디지털 콘텐츠의 손실에 따른 개인들의 고통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스콧과 그의 동료는 주로 잃어버린 디지털 정보를 되찾는 역할을 한다. 트위터에서 발표한 내용을 본 후 스콧의 팀은 ‘The Twittering Dead’ 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구글폼으로 사망한 트위터 유저의 계정 주소를 모으기로 했다. 스콧이 구글폼 링크를 트윗하자 특정 계정들을 아카이빙해달라는 요청 들어오기 시작했다. 종현의 계정을 아카이빙해달라는 요청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어왔다. 요청들은 모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잃어버린 종현의 계정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정말 소중합니다. 이 계정의 트윗들을 보존해 저희를 도와주세요. “

스콧은 종현의 팬이 집단적인 연합 투표를 행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종현의 계정이 아카이빙할 가치가 있다고 증명하려는 조직적인 노력이었다. 종현의 팬들의 끊임없는 요청으로 프로젝트 진행이 어려워지자 스콧은 종현의 계정은 더 이상 추천이 필요하지 않다고 팬들에게 한국어와 영어로 공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에 들어온 총 만여건의 요청 중 70 % 이상이 종현의 계정을 추천했다.

11 월 27 일 팬들은 @Twitter 와 @TwitterSupport 를 지목한 #트위터계정_폐쇄반대#종현이와의_소중한추억 같은 해시태그 캠페인을 벌였다. 많은 팬은 종현의 계정으로 자신의 트윗에 언급함으로서 그의  ‘비활성’ 계정을 활성화하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종현의 마지막 트윗에 달린 17,000 건의 답변에 비슷한 구절이 계속 등장한다. “너의 @realjonghyun90 계정을 태그 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 @TwitterSupport와  @Twitter가 너의 계정을 기념하길 기도해.”

다음날 논란이 일자 트위터는 기존 발표를 취소하고 계획에 “놓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TwitterSupport는 사람들이 고인의 계정을 기념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도입될 때 까지 비활성 계좌 삭제 계획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종현의 팬들은 곧바로 서로 축하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종현의 트위터 계정은 무사했지만 인터넷 아카이브 (Internet Archive)는 그래도 계정을 아카이빙 해두었다. 하지만 아카이브 된 버전은 종현의 마지막 게시물에 달린 만 7천여개 답변과 같이 팬들의 애정어린 반응들을 담아내진 못했다.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한 스콧은 종현의 팬들이 그의 트위터 계정을 팬들을의 포럼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팬들은 @realjonghyun90 계정을 팬덤의 게시판 플랫폼으로 활용했다고 본다. 그는 “종현의 팬은 팔로워 수를 늘리는 보통의 계정 관리 방법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종현의 팬 계정들은 통상  50 ~ 1,000 명 정도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자기홍보 대신 그들은 트위터로 같이 대화하고 팬 활동을 하며 일종의 서브컬쳐를 만들어낸다. 팬들은 종현의 유산, 더 나아가 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조직했던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SHINee 팬들을 위한 번역 계정을 운영하는 @Z0EYY는 자기가 다른 샤월(샤이니 팬들을 가르키는 명칭)과 가지고 있는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단순한 팬덤 또는 온라인 친구 이상입니다. 나는 내 인생의 모든 것에 대해 그들에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종종 DM으로 우울하거나 자살충동을 느끼는 팬과도 대화를 나눈다. 종현의 죽음은 팬들에게 공유된 경험이었고 그들을 더 두텁게 이어주었다. @ZoEYY는 “종현의 자살 이후 저처럼 다른 샤월들과 소통하기 위해 트위터 DM을 연 사람들이 많을거다” 라고 확신했다.

트위터는 K-POP이 자사 플랫폼의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트위터에 따르면 지난해 K-POP 관련 트윗는 총 61 억 개로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2018 년에는 Twitter Korea 사장이 K-POP 콘텐츠를 트위터의 주요 경쟁력으로 인정했다.

트위터 코리아의 글로벌 콘텐츠 파트너십 책임자 김연정 이사에 따르면 아이돌에게 헌신하는 K-POP 팬은  한국어 해시태그를 제작하고 이를 번역해 전세계 트위터에 퍼뜨리는 등 적극적인 의제 형성에 참여한다.

그녀는 “(팬 활동이) 한국어로 이루어져도, 팬들은 이를 번역해 그 메시지를 자신의 언어권에 지역에 전달한다” 며 팬활동이 대한민국에서 다른 국가로 확산 되는 방식을 설명했다.

아이돌 죽음에 대한 온라인 반응은  국내 IT 플랫폼들의 정책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설리의 사망 이후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다음 포털에서 연예 뉴스 댓글을 폐쇄했다. 네이버도 2 월에 비슷한 정책을 도입했다. 양대 포털은 또 특정 인물에 대한 루머확산을 막기 위해 인물명 연관검색어 서비스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K-POP의 세계화를 촉진하는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 역할을 하는 트위터는 스타 보호와 팬 지원에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 종현의 계정을 보호하기 위한 팬들의 집단행동은 유저들이 소셜 미디어 플래폼을 상대로 더이상 무력하지 않다는 가능성도 제시한다.  

SEOUL, SOUTH KOREA - AUGUST 18:  Jonghyun of South Korean boy band SHINee performs onstage during the SMTown Live World Tour III on August 18, 2012 in Seoul, South Korea.  (Photo by Han Myung-Gu/WireImage)
Han Myung-Gu/WireImage

K-POP 팬덤 문화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종현의 팬들이 보여준 온라인 동원력이 놀라운 수준은 아니다. 

K-POP 업계는 항상 스타와 팬들 사이에 강한 유대를 형성해 왔으며 트위터는 지난 10 년 동안 팬덤이 자리를 잡아온 플랫폼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인 한국 조지 메이슨 대학교 (George Mason University Korea) 이규탁 교수에 따르면, 국내 K-POP 팬의 헌신은 어린 동생이나 조카를 대하는 친밀감과 비슷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셀럽을 멀리서 선망하기 보다 데뷔할때부터 스타덤에 오르기 까지 곁에서 돌보고 관리하고 싶어한다.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의 수상을 위해 앨범 판매와 스트리밍 수를 높히기 전략을 세울뿐만 아니라 아이돌의 이름 하에 자선 활동도 하고 아이돌의 편에서 기획사나 방송사를 상대로 싸움도 벌인다.

K-POP 아이돌들도 팬들의 격렬한 성원에 보답하려고 노력한다. 슈퍼스타가 되어도 옆집 소년이나 소녀인 마냥 높은 접근성을 보장한다. 소셜미디어의 라이브방송, 자연스러운 사진이나 백스테이지 브이로그 등을 통해 팬들에게 친밀감을 제공한다. 꾸준한 소셜 미디어 콘텐츠 업로드는 팬들이 아이돌을 “라이브”로 만날 수 있도록 해준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한국 영화와 대중 문화를 연구하는 미쉘 초 교수는 “아이돌의 실생활은 팬들에게 패키지의 일부처럼 제공된다”고 말한다. 

팬들은 아이돌이 직접 올린 콘텐츠 뿐만 아니라 본인들이 재구성 한 다양한 변형콘텐츠도 계속 소비한다. 이런 변형 콘텐츠는 번역된 게시물, 밈(meme), 팬캠, 반응 비디오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차단된 콘텐츠를 다른 지역에서 라이브방송으로 공유해주는 것도 포함한다. 글로벌 K-POP 아이돌은 가능한 모든 플랫폼에서 수백만 개의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온라인 존재감이 물리적 존재감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종현의 죽음 후 2년이 지났다. 수천 명의 팬들은 그의 계정에 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걸까? 2월에 Rest of World 편집국은 종현의 가족이 운영하는 빛이나 재단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Rest of World의 질문이 재단이 유튜브 커뮤니티 페이지에 공유 되자 하루만에  1,000 명 이상의 팬들이 답글을 달았다. 

한 팬은 “(종현의 계정은) 그의 대화 방식과 감정이 잘 결합되어 있는 공간이다. 그의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면 힘과 위안이 되고 행복해진다,” 라고 재단 커뮤니티 페이지 댓글에 남겼다.

또 다른 댓글은 “(그 계정은) 오랫동안 종현이 거리낌 없이 팬들과 소통하고 콘텐츠를 주고 받은 방식을 유일하게 보존해온 공간이다,” 라고 설명했다.

위와 비슷한 의견을 남긴 많은 팬들은 종현의 트위터가 그의 인간적 부분이 가장 잘 드러내는 곳으로 평가하였다. 또 다른 유저들은 그의 계정과 상호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했다.

“매일 트윗에서 그를 언급 할 수 있어서 우리가 가는 곳과 처한 상황마다 종현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고 한 팬은 설명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그의 트위터 계정을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과 일상 생활에서 공유 한 것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미래에 계속 채워나갈 이야기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사용자들은 종현의 계정을 ‘피난처’나 ‘쉼터’ 또는 ‘안전한 곳’으로 묘사한다. 힘든 하루가 끝난 저녁이나 휴일, 또는 그를 떠올리고 싶을 때 그의 계정을 방문하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설명한다.

팬들이 종현의 트위터 계정과 유지하는 관계는 온라인 추모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고인을 떠나보낼 수 있을 때까지 차례로 슬픔의 단계를 밟는 서구의 관습과 반대로 고인을 계속 붙잡고 있는 형태로 애도한다.  콜로라도 볼더 대학의 정보과학과 제드 브루베이커 교수가 말하듯이 현대적인 애도의 형태는 ‘유대의 지속’이며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단절’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극단적 예시로 가상 현실을 통해 사망한 딸과 재회하는 한국 어머니에 관한 다큐를 꼽을 수 있다.

고인들의 MySpace와 Facebook 계정을 연구한 브루베이커 교수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시대에서는 죽은 자와의 대화는 지속된다. 

브루베이커 교수는 “글로벌 소셜 미디어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은 이제 데이터의 지속성 보다는 데이터의 순환에 의존한다”며 “순환한다는 것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대체하지 않지만 순환 자체가 새로운 기념의 행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오늘날까지 샤월은 @ realjonghyun90 계정을 종현을 기념하는 게시판으로 사용한다. 그들은 거의 매일 종현이 눈을 크게 뜨고 미소짓는 GIF부터 그의 무대 장난과 인터뷰 클립까지 그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끌어올린다. 종현은 우리 눈앞에 남아 있다. 그가 남긴 공개적 모습들은 모든 면에서 재조명된다. 팬들은 이 관계를 무척 감사히 여긴다. 한 팬은 빛이나 유튜브 커뮤니티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그는 매일 나와 함께 있습니다. 그의 트위터를 통해 그것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