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년간, 김헌용의 집은 그가 사용하는데 애를 먹는 가전제품들로 가득했다. 모두 세련된 최신 제품들이었으나, 시각장애인인 김 씨는 그 제품들을 사용하기 위해 자신만의 차선책들을 직접 마련해야 했다. 터치스크린에 암호를 눌러야 하는 아파트 현관문은 마그네틱 카드를 갖다 대는 것으로 대신했다. 김 씨의 부모님은 올록볼록한 점이 있는 스티커를 세탁기 설정 버튼들에 붙여주었다. 인덕션 유리 표면에 붙인 전기 테이프의 그을린 자국들이 그 아래 불이 나오는 부분의 윤곽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는 라면을 먹기위해 물을 끓일 때조차 위험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품들은 시각장애인들이 “더 많은 장애를 느끼도록” 한다고 김 씨는 말했다. 그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영어선생님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적어도 집안에서는 편안하고 안락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합니다.” 김 씨가 계속해서 말했다. “이미 많은 장애물들이 존재하니, 더 이상은 필요 없어요.”

김 씨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혁신적인 기술 기업들의 나라인 한국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그 기업들의 제품을 제대로 이용하는 데 있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삼성이나 LG와 같은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들은 제품을 “세계 수준의 기술”로 만들지만, “그 제품의 접근성에 대한 고려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라고 김 씨가 덧붙여 말했다.
지난 3월, 정부 감시기관인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김 씨는 삼성과 LG가 시각장애인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 평등을 위해 사회운동과 소송으로 재벌에 맞서 싸우는 한국 시각장애인 사회의 일원이다. 그들은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는 설계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국내 최고로 부유한 기업들이 만드는 장치 및 앱, 웹사이트들을 이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기술이 점점 더 일상의 모든 영역에 접목되어가고, 삼성과 LG가 한국 정부와 함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접근성은 더욱 배제되고 있다. 그들의 싸움이 성공한다면 그 영향은 지역 시장을 넘어설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홈그라운드에서 승리하는 것은 그 기업들이 포용적인 설계를 전 세계 제품에 통합시키도록 만들 수 있다.

“제품의 접근성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한국의 시각장애인으로서 가지는 책임감일지도 모릅니다. 전 세계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말이죠.” 김 씨가 말했다.


김 씨는 사회운동을 지속해온 활동가다. 대학 시절, 그는 약 25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마사지사로 일할 독점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법을 폐지하려는 압력에 맞서 시위했다. (김 씨 또한 마사지사 자격증이 있다.) 2년 전, 김 씨는 장애가 있는 교사들을 위한 노동조합 창립을 도왔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보낸 삼성과 LG에 대한 고발은 “분노와 슬픔”을 느꼈던 일련의 “답답한” 상황들에 대한 경험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접근성이 좋지 않은 아파트에 혼자 세를 들어 살았던 김 씨는 이제 오랜 여자친구와 함께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했다. 둘은 냉장고, 세탁기, 인덕션 등을 비롯한 고급 가전제품을 마련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김 씨는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에 나타나는 정보를 읽어주는 기능이 있는 스마트 제품이나 스마트폰 화면 낭독기 기능으로 앱에서 조정할 수 있는 제품들을 구매하기로 계획했다. 스마트폰의 화면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이 보조기능은 시각장애인들이 앱과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그가 바라는 제품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삼성이 한국의 휴대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김 씨는 아이폰을 선호한다.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애플의 보이스오버 기능 및 기타 접근성 좋은 앱들 덕분에 그는 아이폰으로 더욱 “힘이 생긴”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구매한 가전제품 중 어떤 것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보조공학기술과 연결될 수 있는지, 혹은 그 기술을 포함하고는 있는지에 대한 적절한 온라인 자료들을 삼성이나 LG 모두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의 오프라인 매장들을 방문했을 때도 직원들은 그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진열된 제품에 스마트폰을 연결하여 호환성을 확인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판매 직원들은 김 씨가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버튼이 달려있는 지난 모델의 제품을 사라고 권했다.

김 씨는 장애인들이 “이류 시민”이 아니며, 단지 안 보인다는 이유로 잘 설계된 “예쁜” 제품들을 사용할 수 없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나도 그 제품들을 사용할 권리가 있어요. 더 싼 것을 사라고 강요해서는 안 되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김 씨 커플은 김 씨가 혼자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를 전자 제품들을 사는데 천 오백만 원을 쓰는 위험을 감수했다.

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시련에 대해 썼고, 많은 시각장애인 친구들이 비슷한 경험들을 공유했다. 김 씨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온라인 포탈을 통해 그의 고충을 제출했다. 위원회는 사건 번호를 보내왔고, 한 조사담당자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씨는 그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수지 담당자는 조사가 기밀이며 결과를 발표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처벌을 내리거나 새 규정을 제정할 힘이 없다. 국회에 제청하거나 공표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위원회의 제안은 국회의원들이 입법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하거나 적어도 일종의 공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는 있다.

김 씨는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삼성과 LG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데에 국가위원회가 동의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소매 대기업인 지마켓, 롯데, 이마트를 상대로 수 백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제기했던 온라인 쇼핑에 관한 소송에서 이 법률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원고인들은 이 세 기업의 온라인 사이트가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힘들도록 되어있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가끔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제품 사진만 있는 경우들이 있어요.” 원고 중 한 명인 인천에 사는 41세 가정주부 조 씨가 말했다. 인터뷰하는 동안 함께 자리했던 김재환 변호사가 그녀의 성만 말하도록 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제품의 사진만 있을 경우, 조 씨는 해당 제품 링크를 정상 시력을 가진 친지에게 보낸다. 조 씨의 남편 역시 저시력 장애를 갖고 있다. “실수로 원했던 것 말고 다른 제품을 사게 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정말 불편하고 화도 나요”라고 조 씨가 말했다.

온라인 쇼핑은 한국인의 일상에서 필수가 되었는데, 코로나 19 전염병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를 갖고 있지만, 전자상거래에서는 세계 5위 규모다. 정부 출연 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2020년에 전자상거래 매출은 약 117조 원에 달했는데, 이전해 보다 20% 성장했다.

“이 사건을 맡기 전까지는 시각장애인들이 온라인 쇼핑을 한다는 것을 몰랐어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재환 변호사가 말했다. 2017년, 김 변호사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온라인 포럼에서 소송에 참여할 원고들을 모집했다. 이는 도박이었다. 사기업이 웹사이트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동기에 대해 솔직했다. 그 기업들에게는 돈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남을 판결로 원고가 승소했다. 지난 2월, 서울 지방법원 판사는 세 기업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화면 낭독기 이용자들을 차별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제품 정보가 이미지에 쓰여 있을 경우, 보조공학기술로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정은 세 기업의 웹사이트를 시각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6개월의 기한을 주었고, 963명의 원고들에게 각각 십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기업들은 판결에 항소했다. 이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이 소송이 결국 대법원까지 갈 것이며, 앞으로 있을 유사한 사례들의 선례가 되리라 예측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서원선 연구원에 따르면, 이 승리는 디지털 장벽을 허무는 데 기여하는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제품 설계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기술 부문 직업군에 고용되기 힘들게 하는 고용차별과 같은 “큰 사회적 장벽”을 허무는 데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서 연구원은 덧붙여 말했다.

시각장애인 집단은 오랫동안 자선을 베풀 대상으로 여겨졌다고 서 연구원이 계속해서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은 혼자 독립적으로 살도록 권장되지 않고, 사람들은 그들이 정상 시력을 가진 이들의 도움없이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서 연구원 역시 시각장애인으로, 삼성이나 LG와 같은 한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자국의 시각장애인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의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일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계 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적기 때문이다. 장애인법에 따른 처벌도 기업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도록 할 만큼 엄격하지 않다고 서 연구원은 말했다.

삼성전자의 담당자가 삼성의 정책에 따라 익명을 요청하며 보내온 이메일 성명서에 따르면, 삼성의 모든 제품들은 “다양성을 인식하고 차이를 포용한다”는 철학에 따라 만들어지며, 제품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국 및 영국의 시각장애인을 지원하는 단체들과 함께 작업한다고 했다.

LG전자의 대변인은 4월 9일의 보도자료 링크를 보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LG는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을 만드는데 힘쓴다”고 했다. 올해부터 음성 지시가 가능하거나 점자를 입힌 제품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터치스크린을 점자 스티커로 덮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없는 것 보다 낫다”라고 24세 대학생 한혜경은 말했다. 한 씨는 올해 4월 디지털시각장애연대라는 비영리단체를 창단했다. LG와 같은 전자제품 제조사는 모든 신체조건 및 연령의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제품에 통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 씨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씨가 사용하는 밥솥은 한국기업 쿠쿠에서 나온 제품으로, 내장된 음성 알림 기능은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LG가 출시한 세탁기의 버튼과 같이 각기 다른 기능에 따라 특정 음이 나오는 성능은 사용자가 각 음정의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알맞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 스마트 텔레비전이 런던의 왕립시각장애인협회로부터 인증 받은 반면, 관계자들은 애플이 가장 접근성을 중시하는 기술 업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제품 설계 과정에 시각장애인 개발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한 씨는 기업들로 하여금 접근성에 주의를 더 기울이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송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사용자 모두를 위한 단일 해결책은 없으며, 재벌기업과의 더 나은 대화 통로를 구축하는 것이 사용자가 직면한 특정 문제들을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들을 준비가 되어있음을 전제로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 소송을 걸 권리가 생기는 거죠”라고 한 씨는 말했다.

5월 말, 이사하는 날이 가까워오자 김헌용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김 씨 커플이 함께 구매했던 가전제품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 제품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그의 삶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김 씨는 말했다. 언젠가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 삼겹살 파티를 여는 것을 상상하며 김 씨는 접근성 좋은 새 주방에서 요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다.

지금까지는 새 가전제품들을 “생각했던 것 보다” 잘 사용하고 있다고 김 씨는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향상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다.

김 씨는 LG와 삼성에 변화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엇갈린 심경이라고 말했다. 그 기업들의 세계적 역량에 대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신의 고발이 미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 재벌기업들이 알아주길 원한다. 사랑의 매인 것이다.

“기업들이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더 잘되길 원하는 마음이거든요.” 김 씨가 말했다.